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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후기 롤베팅

  • 글쓴이 : 이필창
    작성일 : 2023-11-18 00:33:47 | 조회: 67
  • “기대되어서요.”

    아, 찰나에 그가 내비친 속내가 정말이지 음험했다.

    그의 손에 들린 묵주처럼.


     
    성에 돌아온 그들을 반긴 건 줄리와 헤일리 그리고 래핀만이 아니었다.


    “이제 오십니까?”

    어찌 된 영문인지 대장들이 전부 본성 1층에 모여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비앙카가 봐도 ‘완전무장’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만큼 흉흉한 모습들이었다.


    “무슨 일이야?”

    그 모습이 의아한 건 비앙카만이 아니었다.

    질리언은 성가시다는 표정을 감추지 않고 목소리를 냈다.


    “무슨 일이 있을까 봐서요.”

    그들 중 가장 앞에 서 있던 블랫이 질리언의 말에 진지한 목소리를 내었다.


    “무슨 일?”

    “무슨 일이든지요.”

    “왜, 조짐이라도 발견되었어?”

    “그런 의미가 아님을 아시잖습니까?”

    찰나에 대장들의 시선이 비앙카에게 닿았다가 떨어졌다.

    절대 호의적이지 않았다.

    그러나 적대적이지도 않았다.

    차마 미워하지는 못하겠다는 건가?

    비앙카는 솔직한 그들의 반응에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결정을 내리기 어려웠다.

    그들의 심정이야 이해하고도 남았다.

    다만 어떤 반응을 더 좋아할지 모르겠다는 거였다.

    비앙카는 이들이 좋았다.

    발로크를 지키고, 발로크를 위하고, 발로크를 걱정하는 이들이 사랑스러웠다.

    그래서 기묘한 대치를 이어가는 두 사람 틈에 들어가 물었다.


    “울까요?”

    “예?”

    “무슨 소리입니까?”

    “아니면, 잘 다녀왔다고 웃어드릴까요?”

    “…….”

    대장들의 시선이 매서워졌다.

    하지만, 말을 꺼낸 이상 매듭을 지어야 했다.

    그래서 비앙카는 따끔거리는 시선을 받으면서도 꿋꿋하게 말을 이었다.


    “황성으로 부른 이유야 다들 짐작하실 거고…….”

    “이유가 뭐랍니까.”

    호응 안 해줄 줄 알았는데.

    엘리자베스가 물어봐 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기에 비앙카는 잠깐, 눈이 동그래지고 말았다.

    그러나 이내 비앙카는 놀란 표정을 수습하고 대답을 해주었다.


    “트집이죠.”

    뭐?

    아무도, 아무 말을 하지 않았는데 순간 누군가가 그렇게 말한 것만 같은 착각이 들었다.

    쏟아지는 기묘한 시선을 받으며 비앙카는 조급하지 않게 말을 이었다.


    “길들이기잖아요. 황제가 기회를 잡아 새 발로크 공작을 기죽이고 싶었나 봐요.”

    맙소사. 미쳤나 봐.

    3성채 대장이었던가.

    그는 아예 제 입을 틀어 막아버렸다.

    설마하니, 황녀가 제 입으로 황실을 아니, 황제를 저런 식으로 노골적으로 평할 줄 몰랐던 모양이었다.

    그는 지금 자신이 면전에서 욕을 한 것도 모르는 눈치였다.


    “하지만 시기가 안 좋았어요.”

    비앙카는 모르는 척, 시선을 흘리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웨이브 중인 걸요. 성채가 무너진 것을 꼬투리 잡아 발로크 공작의 능력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 웨이브 대처에 미숙한 게 아닌가 하는 이야기를 하며 죄를 물으려고 했어요.”

    “그리 나이가 많지 않은 거로 알고 있는데 혹시 노망이라도 났답니까?”

    이번 목소리의 주인공은 5성채 대장 킬리언이었다.

    그는 다른 대장들과 다르게 말을 가리려는 노력도 없이 곧장 비앙카에게 질문했다.


    “정확한 병명은 모르겠지만, 머리에 병이 난건 분명한 거 같아요.”

    “마님. 괜찮으신가요? 공작님, 마님께서…….”

    황실을 신랄하게 평하는 것으로 부족해, 황제가 미친 거 같다는 소리를 돌려 말하는 비앙카의 모습에 헤일리마저 얼굴이 해쓱해졌다.

    다들 파격적인 비앙카의 말에 제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오직 하나, 질리언을 빼고.

    질리언은 고요한 시선으로 비앙카를 응시하고 있었다.

    옆얼굴로 쏟아지는 시선이 제법 집요해 뺨이 따끈해지는 기분이었다.

    간질거리는 느낌을 슬쩍 뺨을 쓸어 가라앉힌 비앙카는 빠르게 하던 이야기를 마무리 지었다.


    “아무튼 황제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시기가 좋지 않아서 처벌은 받지 않고 잘 넘어갔답니다.”

    “왜, 내가 소리를 지르고 황제를 윽박지른 건 빼십니까?”

    “아아…….”

    질리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사방에서 앓는 소리가 터졌다.


    “이럴 줄 알아서요.”

    “그래도 알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왜요? 일은 벌어졌고, 롤베팅 건 수습뿐인데 굳이 마음까지 힘들 필요 있을까요?”

    “수습이라니 그 무슨 다정한 말씀이신지. 말씀드렸잖아요. 이번 웨이브를 끝으로 황실에게 휘둘리는 건 끝이라고.”

    “……그게 무슨.”

    그냥 하는 이야기가 아니었어?

    빙긋 미소지은 질리언이 천천히 고개를 돌려 자신을 기다리던 대장들에게 엄숙히 선언했다.


    “발로크령은 이번 웨이브를 끝으로 황실에 대한 맹세를 공식적으로 거둬들일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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